'베트남 핀'을 이용한 커피 추출 레시피: 핀(Phin) 드리퍼 소개

베트남 핀은 한국에서도 쉽게 살 수 있지만 굳이 살 이유를 못 느끼던 드리퍼였습니다. 하지만, 9월 말 아내가 베트남 출장을 간다니 문득 가는 김에 하나 사 왔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. 아내는 특이할 것 없는 베트남 핀 드리퍼 하나를 구매해 왔습니다. 베트남 핀을 이용해 추출한 커피는 생각과 조금은 달랐습니다. 지금부터 '베트남 핀'을 이용한 커피 추출 레시피 시작하겠습니다.

 

'베트남 핀'을 이용한 커피 추출

 

 
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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베트남 커피 산업

베트남은 브라질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커피 생산국입니다. 특히, 전 세계 로부스타(Robusta) 품종의 커피의 주요 공급처로 유명합니다. 커피 산지는 대부분 고원 지역에 위치해 있으며, 소규모 단위의 농장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. 베트남 커피는 그 독특한 풍미와 저렴한 가격 덕분에 세계적으로 많이 소비되고 있습니다.

 

베트남은 커피 생산지뿐만 아니라 베트남 핀 드리퍼를 활용한 다양한 커피로도 유명합니다. '카페 쓰어다(Càphê sữa đá)', '카페 다(Càphêđá)', '카페 중(Càphê trứng)' 등의 커피는 베트남만의 독특한 커피 문화를 담은 커피 메뉴입니다. 

 

베트남 핀을 이용한 대표 커피 메뉴

• 카페 쓰어다(Cà phê sữa đá): 연유와 얼음을 넣어 만든 베트남식 아이스 커피
• 카페 쓰어 농 (Cà phê sữa nóng) : 연유를 넣어 만든 베트남식 뜨거운 커
• 카페 다(Cà phê đá): 연유 없이 추출한 베트남식 진한 아이스 블랙 커피
• 카페 덴 농 (Cà phê đen nóng): 연유 없이 추출한 베트남식 뜨거운 블랙 커피
• 카페 중(Cà phê trứng): 달걀 노른자, 연유, 설탕을 거품 내어 만든 베트남식 달걀 커피

 

 

핀(Phin) 드리퍼

핀 드리퍼는 베트남에서 전통적으로 사용하는 커피 추출도구입니다. 구조는 매우 간단하지만 핀 드리퍼만의 특성이 뚜렷한 드리퍼입니다. 핀은 필터와 뚜껑, 그리고 커피 가루를 누르는 작은 플레이트(에스프레소 추출 시 템퍼 기능)로 이루어져 있습니다. 이러한 간단한 도구를 통해 우리는 진한 베트남식 커피를 즐길 수 있습니다.

 

핀 드리퍼 구성품 (상: 템퍼 플레이트, 좌하: 필터, 우하: 뚜껑)

 

 

핀 드리퍼를 이용한 커피 추출은 일반적인 드리퍼를 이용한 커피 추출에 비해 시간이 많이 걸립니다. 10 ~ 15분에 걸쳐 추출하는 만큼 굉장히 농축된 맛과 독특한 향을 느낄 수 있습니다. 더구나 로부스타 커피 원두를 사용하기 때문에 경우에 따라서는 매우 쓸 수가 있습니다. 그래서 진하고 쌉싸름한 커피에 달콤한 연유를 넣어 마시는 경우가 많습니다. 

 

※ 아내가 구매한 핀 드리퍼는 스테인리스로 되어 있어 스테인리스 연마제를 제거하는 작업을 했습니다. 키친타월에 식용유를 묻힌 후 열심히 닦아 연마제를 제거했습니다.

 

제품 설명서: 구매한 핀 드리퍼 재질

 

 

 

핀 드리퍼를 이용한 커피 추출법

우리나라에서 베트남 커피 중 가장 유명한 카페 쓰어다(Càphê sữa đá)는 연유 때문에 너무 달아 좋아하지 않습니다. 카페 다(Càphêđá)를 아이스 아메리카노 농도로 마시는 방법을 소개하겠습니다. 

 

준비물

• 베트남 핀 드리퍼
• 가늘게 분쇄한 원두 20g 
• 95℃ 물 80ml

여기서 커피 분쇄도가 중요합니다. 전통적으로 베트남 핀을 사용할 때 일반적인 핸드드립보다 매우 가늘게 분쇄된 커피를 사용합니다. 단, 에스프레소보다는 굵게 분쇄해야 합니다. 물 무게만으로 물이 커피 가루층을 통과해야 하기 때문에 분쇄도가 너무 가늘면 추출이 되지 않습니다. 

 

원두를 가늘게 분쇄를 해도 추출 시 커피가루가 물을 만나면 커피 가루들끼리 서로 붙들고 있기 때문에 생각보다 미분(여과되지 않은 커피가루들)이 많이 발생하지는 않습니다. 추출 후 커피 찌꺼기를 보면 에스프레소만큼은 아니지만 커피 퍽 형태로 뭉쳐져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. 

추출 후 커피 찌꺼기

 

추출 순서

1. 핀 드리퍼 예열: 핀 드리퍼를 서버 위에 올려놓은 뒤 뜨거운 물을 부어 데웁니다. 추출 시간이 길기 때문에 예열을 하지 않으면 물온도가 급격히 떨어지게 됩니다. 뜨거운 물을 부은 후 2분 정도 기다립니다.

 

2. 커피 가루 담기: 서버에 담긴 물을 비운 뒤, 필터 바스켓에 커피를 20g 담습니다.

드리퍼에 20g 커피 담기

 

 

3. 탬핑하기: 드리퍼에 담긴 커피 위에 손잡이가 있는 플레이트를 올린 뒤 수평을 맞춰 누릅니다. 세게 누를수록 진한 커피가 추출됩니다.  단, 분쇄도에 맞춰 강도를 조절해야 합니다. 가늘게 분쇄된 커피를 너무 세게 누르면 추출이 안될 수도 있습니다. 처음에는 2 ~3회 정도 살살 누른 뒤 커피를 추출하는 게 좋습니다. 커피 맛을 보고 탬핑 세기를 조절하면 됩니다. (저는 아주 살살 누르진 않았습니다. 에스프레소 추출 시 탬핑보다는 약하지만 약간 힘을 주어 눌렀습니다.)

 

커피 가루 위에 손잡이가 있는 플레이트를 올련 뒤 플레이트를 누릅니다.

 

 

4. 뜸 들이기: 커피 무게만큼의 물로 뜸을 들입니다. 원두 20g 사용했기 때문에 물 20ml으로 1분 간 뜸 들이기를 합니다.

커피 무게만큼의 물로 뜸 들이기

 

 

5. 물 Pour: 뜸 들이기 1분이 지나면 투입된 원두의 3배만큼의 물을 추가로 붓습니다. 원두 20g을 사용했으므로 60ml 물을 추가로 붓습니다. (뜸 들이기 포함 총 80ml 사용)

투입된 원두의 3배만큼의 물 추가로 붓기

 

 

6. 기다림 : 뚜껑을 닫은 후 추출이 완료되기를 기다립니다. (분쇄도 및 탬핑 강도에 따라 달라지지만) 1분에서 1분 30초가 지나면 한 방울씩 커피가 서버로 떨어집니다. 10 ~ 15분에 걸쳐 40 ~ 50ml 정도의 커피가 추출됩니다.

 

7. 아이스커피 만들기: 유리잔에 얼음을 채운 후 찬 물을 얼음이 채워진 높이의 80% 정도 붓습니다. 이후 추출된 커피를 부어 커피를 완성합니다. (찬물과 커피가 잘 섞이도록 스틱으로 저어줍니다.)

아이스 커피 만들기

 

 

 

 

핀 커피의 매력

하리오나 칼리타 등의 드리퍼로 커피를 추출하면 2 ~ 3분 정도 걸리는데 반해 핀 드리퍼는 10분 정도 걸립니다. 잠시 생각을 비우고 조금씩 서버로 떨어지는 커피를 바라보면서 일상 속 여유를 즐길 수 있는 추출 도구입니다. 

 

또한, 추출된 커피를 잘 보면 커피 위에 형성된 오일을 볼 수 있습니다. (눈에는 오일이 보이는데 아래 사진에는 잘 안 나왔네요) 종이 필터의 깔끔함과 다른 오일리한 묵직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. 

오일리한 핀 커피

 

 

하지만, 핀으로 추출한 커피의 가장 큰 단점은 미분입니다. 필터의 구멍이 종이 필터의 구멍보다 커서 미분이 서버에 떨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. 잘못 내리면 아래 사진처럼 미분 가득한 커피를 맛볼 수 있습니다. 핀에 물을 부을 때 최대한 조심히 물을 붓는 것을 추천드립니다. 또한, 원두를 분쇄해서 바로 사용하기보다 미리 원두를 분쇄해서 이산화탄소가 배출된 뒤 사용하는 것이 좋습니다. 

 

추출 시 과한 미분이 발생한 커피

 

 

로부스타가 아닌 온두라스 중배전 원두(아라비카)를 사용해 커피를 추출해 보았습니다. 적절하게 얼음과 물을 섞으니 오랜 시간 추출되었음에도 쓴맛이 도드라지지는 않았습니다. 딱 먹기 좋을 쌉싸름한 맛이었습니다. 그리고 후미에 약간의 산미가 느껴졌습니다. 기존 드리퍼와는 또 다른 매력인 커피였습니다.  

핀으로 추출한 아이스 커피

 
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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지금까지 '베트남 핀'을 이융한 커피 추출 레시피였습니다. 핀 커피는 바쁜 일상 속 작은 여유를 갖게 만드는 매력 있는 커피입니다. 바쁘지 하루 중 10분 간의 여유를 만끽할 수 있다면 커피 맛 이상의 무언가를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. 이러한 여유를 느끼고 싶다면 베트남 핀으로 커피를 추출해 보세요. 일상 속 특별한 순간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.

 
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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베트남 핀을 이용한 커피 추출 레시피

카페 쓰어다 만들기